해부학자 - 빌 헤이스 독서일기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저자인 해부학자 헨리 그레이의 일생을 추적함과 동시에 저자 빌 헤이스가 직접 해부 수업에 참여하며 얻은 통찰을 버무린 책,으로 생각했고 저자의 의도도 대충 그랬으리라 보지만 책은 그것과는 꽤 다른 식으로 흘러가더라. 헨리 그레이의 자료가 없어서 삽화가인 헨리 밴다이크 카터의 일기장이 책의 주요 골격이 됐고, 해부 수업은 명랑하게 흘러간다고 해야하나; 그 와중에도 책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전적으로 저자의 역량 - 글을 매력적으로 구성하는 기술과 훌륭한 작가적 호기심 - 덕분이다. 비범한 재능을 가졌지만 종교적 소수자로 자기 안에 갇혀있고 스스로를 따듯하게 대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고민스러워하는 젊은이 헨리 카터의 인생이나, 책 마지막에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그에 비추어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마지막의 등장인물 소개는 그들이 죽은 순서로 등장며 어떻게 죽었나를 묘사하는데, 자연스럽게 남은 사람이 느꼈을 감정을 상상하게 되더라. 

그레이의 해부학이 그렇게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에도 좀 놀랐는데, 전신 해부라는 배움 자체가 과학으로서 정체된 과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내가 뭘 알겠냐만은 의사가 몸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하기 위해서, 혹은 '통과의례'로 해부를 배워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작가가 본인의 경험을 통해 해부라는 것이 죽은 이의 몸을 통해 원래 잠재되어 있는 질서를 손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통찰은 곧바로 글을 쓰는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도 만든다. 인간 내면에 원래 있는 것을 명확히 손으로 만져보게 하는 작업.


"나는 이것이야말로 오랫동안 파트너로 살았던 사람을 잃게 되는 일의 가장 기이한 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상실감에 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인물이 이미 죽어 없어졌다는 것 말이다"

파트너를 잃은 상실감에 관해 가장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그 없어진 파트너라는 말이 절절하다.  5리터에서도 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저자의 파트너 스티브의 죽음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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