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2007) 영화

 전혀 몰랐는데 감독 수오 마사유키는 '쉘 위 댄스'와 '으라차차 스모부'의 감독이었고, 그 두 작품 이후 11년이나 쉬고는 이 영화를 만들었다. 긴 휴지기였는데 바로 또 이 스타일을 바꿔 이런 작품을 만들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설정이 흥미로운 다큐 댄싱 채플린이 2010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실제 일본의 형사재판이 이렇겠구나 세밀한 것까지 잘 살려서 만들었다. 극적인 사건 없이 12차에 걸친 공판을 전부 보여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뛰어난 현실감 덕에 묘하게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몇몇 있었다. 대표적으로 고발자인 중학생 소녀의 증언 장면이 그렇다. 지하철 성추행 사건이다. 여변호사가 초반에 말한 것처럼 성추행 사건은 고발자의 증언을 믿지 않는다면 범인을 잡기가 어렵다. 게다가 여중생이 성인 남성을 잡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무죄라는 진실을 아는 관객도 여중생의 떨리는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되다. 그러나 약간의 빈틈!

 일본의 형사재판의 문제점은 알겠다. 영화에선 유죄율 99.9%이라고 하고. 찾아보니 2010년 한국의 1심 무죄율은 0.37%, 약식사건을 제외하면 2.22%. 우리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일본은 무려 0.009% 대단하다. 무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잘못된 기소가 많았다는 거니까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거지만, 일본 수준이라면 뭔가 잘못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막기 위해 10명의 죄인을 놓쳐도 되는가. 이것도 참... 특히 지하철 성추행 사건 같은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한다. 벼락을 맞거나 빙판길에 넘어져 다치면 화가 나도 억울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다.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면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왜 나냐고 누구를 탓하고 싶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죄를 뒤집어쓴다는 건 벌을 받는 것보다 때로는 그 억울함의 고통이 더 크다. 막연히 믿었던, 나는 죄가 없으니까 아무 일 없을거야라는 믿음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게국가의 더 큰 역할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주인공은 재판이 끝나고 깨닫는다. 국가가 재판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진실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걸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피해자에게 그걸 이해하라고 바랄 수는 절대 없지만.

 좋은 영화였다. 카세 료의 차분한 설득력에 감탄했고.

덧글

  • 판사검사 쓰레기들 2018/07/12 00:00 # 삭제

    무죄율이 낮은 이유는 검사가 잘 기소한 것이 아닌 판사들이 검사가 기소한 것을 대부분 기계적으로 유죄로 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도 불기소하면 판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가 맞다고 하고 기소를 하면 증거가 충분하다며 유죄를 선고한다. 동일사건을 기소하고 불기소하고 해봐라..판사는 둘 다 맞다고 한다..즉 같은 법조인인 검사를 너무 신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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