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 류동민 독서일기

어쩌다보니 서점에서 앉았다 섰다 하며 읽었다. 이런 궁상을.
그래서 그런가 내가 마르크스 이론을 몰라서 그런가, 그냥 영화 보듯이 가볍게 읽었다.

- 확실히 자신의 일을 통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취향 특히 소비로 표현되는 취향으로 그걸 보충하는 것도 힘들고.
- 경쟁으로 이윤율이 저하된다는 설명은 언뜻 맞는 듯하지만 진짜 그럴까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생산력은 여전히 왕성한데.
- 사회적 생산에 맞는 사회적 소유가 점차적으로 진행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다음 차례는 뭘까. 교육? 의료? 이런 관점에서 기본소득 같은 주장이 나오는 건가?

그런데 모르는 이야기를 쓰고 있자니 '인간은 항상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기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생각나 웃는다. 그렇지?

아파트 공화국 - 발레리 줄레조 독서일기

 후다닥 읽었다. 산과 들처럼 아파트가 배경인 서울에서 살다보니 오히려 왜 아파트인가를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한국 아파트의 역사, 의미, 공간 활용의 모습 모두 신선했다. 식탁과 밥상을 겸용하거나,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하며 주방을 관리하는 모습에 대한 지적이 재밌다. 한국의 아파트 선호의 많은 부분이 주택의 현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시기 아파트가 주도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으면서 환경 개선의 많은 부분을 아파트가 적극 수용하면서 생긴 관념인 게 맞는 듯하다. 아파트 자체가 지극히 '한국적인' 발전 모습이었다는 것. 그 외에는 사고 팔기 좋은 규격화 상품이라는 특성이나, DIY 문화에 인색한 한국인에게 어필한 게 있지 않나 싶다.
 
 요는 '땅은 좁고 사람은 많고'가 정답이 아니라는 건데, 고밀도 저층 주택단지가 아파트 단지보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연구는 의외였는데,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런 식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게 아파트보다 나은 건지는 모르겠다.

 최근 몇 년을 처음으로 독립해서 아파트가 아닌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내 경제적 궁핍은 가뿐히 무시하고 언젠가 아파트로 '돌아갈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양을 쫓는 모험 - 무라카미 하루키 독서일기

 아주 오랜만에 옛날 하루키 소설을 읽었다. 한국 웹에서의 글쓰기에 그의 영향력이 꽤 있었겠구나 싶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나도 한 번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력적이면서도 만만해 보이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약간 늘어지고 유머러스한 화자, 산뜻한 비유, 간명한 문장, 명료하지 않고 필이 충만한 문단, 요약해 보면 별 것 없어 보이는 전체 스토리. 얼핏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물론 써 보면 당연히 쉽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되지만 90년 이후 많이 만들어진 홈페이지와 블로그 여기 저기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소설이 애매해서 읽는 사람이 알아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양을 쫓는 모험을 한 남자가 자기 안으로 처박히는 이야기로, 자신을 움직이는 힘을 자기 안에서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내적 갈등에 대한 이해로 보았다.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는 게 얼핏 무한히 좋아보이지만, 진지하게 따져보면 그게 그렇게 반길 일인지 애매하다는 걸 소설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키의 비유는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더 좋긴 했는데, 감각이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옛날 소설이다 싶더라. 너무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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