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에 대한 생각 일상

우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버가 제시하는 모델이 워낙 직관적으로 분명한 소구점이 있고 좋은 서비스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적 혁신을 마치 없던 일인 것처럼 지나칠 수는 없다. 우버든 비슷한 다른 업체든 스마트폰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운전해줄 수 있는 운전사를 연결한다는 아이디어와 실체화된 모델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 운송업에 도입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금 우버를 통해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전부는 아니라도 가능한 많은 부분이 합리적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과제 몇 가지.

생계로서의 운전사 - 우버 기사도 돈벌이가 되고, 아르바이트 식으로 유휴자산을 운용할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길이 열렸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사회적 후생은 이 쪽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운전으로 먹고사는 분들의 생계 측면에서는 불안한 점이 있다. 예전이랑 똑같은 대우를 보장해줄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풀타인 드라이버는 4대보험이라든지 유류세같은 세금이라든지 정부가 해줘야 할 몫이 있을 것이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근본적으로 작업지시를 받는 프리랜서 지위가 애매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화물트럭 운전사는 건설사의 작업지시를 받지만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는데, 그러다보니 기업이 상황 따라 자기 유리한 쪽만 취하려는 경향이 있고 화물연대라는 조직적 저항이 있다. 화물운전사는 알바가 끼어들기 어려운 트럭이라는 자산이라도 있지. 자동차는 어떨려나.

안전 - GPS 등 시스템적으로 우버가 더 안전한 부분도 있다. 우버 모형에서는 파트타임 운전자들이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이 부분의 스크리닝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인도의 성폭행범 우버 기사가 전에 택시 운전할 때도 그랬던데, 이게 택시나 우버나 위험은 있다는 말도 되고, 성폭행으로 택시운전을 못하게 되었는데 우버는 그런 사람이 다시 영업할 수 있는 건 문제라는 점도 있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처리 같은 것도 당연히 손봐야 하고.

기존 택시에 익숙한 승객 - 내 아버지는 스마트폰이 없고, 있어도 우버 앱에 익숙해지실지 모르겠다. 2013년 기준 55세 이상 장노년층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이 없다. 우버 모형이 일반화 되면 기존 택시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콜택시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대중 교통으로서 기존 택시 처리 문제 - 길에서 지나다니는 택시를 잡는 모형을 완전히 없앨 것이냐, 그게 안된다면 결국 요금이 올라가고 택시는 줄고 정부 보조금은 더 커지는 안 좋은 구도로 흐를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게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우버 형태의 사업을 하려면 일반 택시 형태도 일정 부분은 운영해야 한다는 식은 너무 억지이려나. 

세금 - 이렇게 공적으로 돈 들어갈 부분이 많은데, 우버의 수익은 미국도 아니고 조세피난처 성격의 네덜란드 본사로 간다고 한다. 

별점 평가 - 이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택시 기사 불친절한거야 누구나 공감하는 거고, 별점 평가로 서비스 좋아지면 좋은 것 아닌가. 그런 면이 크긴 한데, 내가 AS 기사들 고객만족도 때문에 시달리는 걸 많이 봐서 그런가 이 부분도 신경이 쓰인다. 진상 기사보다 진상 손님이 더 많다. AS기사들처럼 별점에 목매며 하루 종일 차에 갖혀 있는 건 고문아닐까. 취미로 파트타임 하는 기사들에 비해 전업 운전사가 불리할 것도 같고. 제대로 하자면 에어비앤비 처럼 상호 평가로 서로 진상을 피해가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별점이 까여 선택받지 못하는 콜택시 운전기사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떤 기사의 평가로 별점이 까인 고객이 택시 타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이건 당연한 응보인가.


 이게 다 진짜 심각한 문제가 맞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고, 설령 이 중 몇몇이 잘 되지 않는다해도 우버 모형의 일반화가 가져다줄 혜택이 더 크다면 밀어부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버 모델이 일반화되면 거기서 영감을 받은 혁신이 또 등장해서 해결될 수도 있는 거고. 어쩌면 반대로 문제점을 보완하자면 지금같은 서비스가 유지 안 될 수도 있겠고. 어쨌든 지금처럼 무작정 불법 영업은 곤란하고 규제에 대해 협의를 해야할텐데 우버는 서울시 공무원을 피해다니고 사무실로 찾아가도 가짜 주소란 말이 있다;;

 머지 않은 미래, 이번에는 무인 자동차가 운송을 맡을 수도 있다. 기술 공개되는 걸 보면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 같다. 그 때도 마찬가지이다. 혁신을 피할 수도 무작정 손 놓을 수도 없고, 기술적 현신을 도입하는 과정이 곧 사회가 어떤 걸 지키고 어떤 걸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보이후드 (2014) 영화

12년간 배우들이 실제 나이먹어가는 것에 맞춰 영화속의 사건들도 12년을 진행시킨다는 기획이,
재미있는 재치나 배우들의 얼굴이 변하는 볼거리 (이것도 대단한 경험이지만!) 이상의 뭔가를 주는 걸까?

그렇더라.
나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고, 지금 맺고 있는 관계가 언제 뚝 떨어질지 모르며, 내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면서, 막장 드라마 쪽대본을 든 배우처럼 현재에 묶여 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면 어떤 이야기가 남을 수밖에 없다.
모든 순간 순간의 생생함과 대비되는 인생의 알 수 없음이 결합된 채 시간이 흘러 어느덧 평범한 삶의 한 단락이 뒤돌아 보임을 인식하는 과정을, 영화를 통해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정말 사는 게 그렇다.

물론 영화니까 편집을 통해 지난 과거를 한 번에 정리해서 재구성 했겠지.
그러나 재미있게도 우리의 기억 역시 편집자여서, 나의 인생을 빠짐없이 살아온 나 역시 지금의 나의 편집을 피해 '원본'을 감상할 방법은 없다. (기억 자아와 경험 자아!)
지난 삶에서 복선을 부여하고 서사로 엮어가며 의미를 찾기도 하고 또는 그저 감상하면서 애틋해하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어찌 되었든 10년 전의 내 생각이 담긴 여기 블로그에 글을 남겨본다.

나를 빌려드립니다 - 앨리 러셀 혹실드 독서일기

 앨리 러셀 혹실드의 '나를 빌려드립니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시장에 아웃소싱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것이 파괴한 가치를 찾아보려는 시도인데, 이게 그렇게 술술 풀릴 문제는 아니고 저자도 무리하게 우기지는 않는다.

 공동체의 호혜로 이루어지던 것들이 시장 거래로 대체되는 모습이 불편한 지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거래가 호혜를 밀어낸 것인지 반대로 호혜가 사라진 곳에 거래라도 있어 그걸 보완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거래가 꼭 나쁜거냐도 애매하지만)

 저자가 드는 예는 이런 것들이다. 예전에는 결혼식을 부부와 가족들이 그들만의 개성을 담아 꾸몄으나 요새는 그 몫을 돈을 주고 산 웨딩플레너가 맡아 '개인적인 추억'까지 가공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인 내 눈에는 그것마저 굉장히 '사적인 노력'으로 보이는 것것이, 우리 한국인은 돈을 들여 '추억'을 가장하지도 않고 그냥 돈만 쓰는 결혼식을 하지 않나 하하. 책 전체에서 다소 쌩뚱맞은 사례인 '대리모' 부분을 제외한다면 다 그런 식이다. 아이의 생일에 직접 파티를 주관할 것인가 파티 플래너를 고용할 것인가는 모두 '좋은 파티의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우리는 그런 열정? 강박?이 덜하다. 혹은 사회자가 진행하는 한국식 돌잔치를 보라. 극도로 상업적이면서 동시에 그 돈을 들이고도 가족만의 의미는 하나도 없는 이벤트를 그냥 감행한다. 혹실드가 와서 보면 뭐라고 평할까? 회사에서 쓰던 360도 다면평가와 개선 컨설팅을 좋은 아버지 평가에 도입하는 것이 너무 상업적인가? 그렇게까지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적인 것을 소중히 하는 태도 아닐까?노인돌보미 문제는 어떤가. 책에서 묘사하는 '돈으로 산 감정 돌봄' 같은 것도 감정적인 것을 소중히하다보니 나오는 것이라는 걸 그런 고민조차 거의 없는 사회에 살다 보니 더 잘 보이는 듯하다.

 한국에서 '저런 것까지 아웃소싱하다니'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들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니 제사상 차림, 벌초 같은 유교식 정성 전시거나, '프로포즈' 같은 '감동적이어야만 하는' 이벤트가 떠오른다. 모두 당위가 요구하는 정성이 현대 사회의 평균적인 다수가 성취하는데 매우 어려운 것들이다. 돈을 주고 정성을 사는 게 부당하다면, 정성을 표현하는 방식도 실질적인 방식으로 정리되는 게 괴리를 줄이는 길 아닌가 싶다.

정리는 잘 안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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