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 발자크 by 다시다


 이번에도 혁명 이후 19세기 프랑스 살펴보기. 소설의 배경은 부르봉 왕정복고기인 1819년, 소설이 쓰인 시점은 7월 혁명 이후인 1834년이다. 모방범에서였던가. 미야베 미유키를 두고 일본 사회를 관찰하는 '발자크적 작업'을 해낸 작가라고 자랑하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그러니 발자크 본인은 얼마나 당대 프랑스 현실을 잘 담았겠어, 하고 발자크 사실주의를 기대하며 읽었는데...... 읽으면서 깨달은 건 '사실'을 가늠하기엔 난 스쳐가는 관광객일 뿐이고 원주민들이 정수를 보여주는 건지 나를 놀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더란 거였다. 현대 한국인과 19세기 프랑스 인의 시각 차이야 당연히 감수해야겠지만, 당대 프랑스인들에게는 그러면 발자크가 그리는 파리 사교계가 '사실'로 다가왔을까, 어떤 심정으로 읽었을까가 몹시 궁금하다. 혹시 내가 재벌 드라마 낄낄거리며 보듯이 읽은 건 아닌가 싶고. 진짜로 김수현이 케이블이랑 시청률 옵션 계약 맺고 트렌드 재벌드라마를 만들면 한국드라마 버전 고리오 영감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농담이 아닌 게, 재벌 판타지 드라마 + 부모님 전상서를 본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을 때 책이 묘사하는 세계를 그나마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돈을 미친 듯이 쓰고, 사소한 일로 결투를 벌여 사람을 죽이고, 엉터리 치료를 하고, 살인범보다 고발자를 더 미워하고. 뭐 다 그렇다 치는데 사교계는 정말 신기한 공간이다. 공공연하게 애인을 두고, 경쟁적으로 애인의 잘난 외모와 매너를 자랑하고, 애인의 서포터가 되어주고 그걸 바라며 사교계에 입성하고. 요즘도 사교계라는 단어는 쓰던데, 설마 이런 공간은 아니겠지? 내가 너무 나이브한 건가.

 아무튼 소설이 기괴하다는 생각은 읽으면서 떠나지 않았는데, 이게 몰입을 떨어뜨리는 면도 있지만, 시트콤 같은 분위기가 우연에 기댄 급작스런 진행이나 과격한 사건들의 연속이 주는 부담을 상쇄시켜주는 면도 있다. 또 이런 분위기는 고리오 영감이 딸을 위해 아끼던 은식기를 우그러뜨리며 우는 장면 같은 섬뜩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남기기도 한다. 

 신분제는 매우 노골적이고 가시적인 지위의 구분인데, 신분의 자리를 돈이 꿰차면서 역시 노골적인 과시가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현대의 풍자극보다도 오히려 더 돈의 권능이 구체적이다. 단적으로, 결혼이 언급되는 구절에서도 긴 말 없이 그게 '얼마짜리'인지 밝히더라. 이런 정글의 법칙을 명철한 보세앙 부인이나 왕년의 성공한 사업가 고리오 영감이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들은 오히려 마음을 너무 내주어 몰락한다. 그 게 발자크가 자신만만하게 공언한, '성벽 안팎의 독자들이 눈물 꽤나 흘릴 것'이라던 비극인데, 확실히 과장인데도 설득력이 있다. 보세앙 부인의 비유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처럼 - "우리의 마음은 보물이죠. 그것을 단번에 비워버리면 파산하고 말아요. 또 어떤 사람이 수중에 한푼도 없다는 것이 용서 못 할 일이 듯이 감정을 송두리째 다 내보여준다는 것도 용서 못 할 일이지요." - 발자크는 마음과 돈을 자산 개념으로 엮고 있다. 물론 마음의 적자를 돈으로 만회하려는 시도는 허무한 일이고 긴 여운을 남긴다. 

 외젠 드 라스티냐크는 프랑스 사회에 '복종, 투쟁, 저항' 중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마지막에 선택하는 길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개인적으로 체제에서 성공하는 쪽이었다. 파리에는 그렇게 살 수는 없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그 후로 7월 혁명, 2월 혁명, 제정과 다시 공화정 그리고 파리 코뮌을 겪는다.

2011년 연극, 공연 by 다시다

연극

1.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방법 ★★☆
2. Fat Pig ★★★
3. 너와 함께라면 ★★★
4. 우먼 인 블랙 ★★
5. 아빠들의 소꿉놀이 /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 ★★☆
6. 오이디푸스 ★★★☆
7. 아마데우스 ★★★
8.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

- 오이디푸스 관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이런 게 연극이구나 싶었고.
   연극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본 작품마다 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2012년에도 연극은 종종 볼 듯 하다.
   셰익스피어 정통극을 보고 싶다.


공연

페스티벌은 지산 락페와 GMF 
단독공연은 이소라, 박정현, 모과이
아주 작은 소극장 공연은 한희정, 로켓트리

- 올해도 무난히 잘 돌아다녔음


2011년 영화 by 다시다

영화제를 제외하면, 2011년 극장 상영작 중 총 27편을 봤다.
그 전 해 본 영화도 신기하게 정확히 27편. 내가 딱 이 정도 보나보다. 

BEST 4
- 블랙스완,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머니볼, 기적
   넷 다 굉장히 좋았다. 특히 기적을 보면서는 일본영화가 갖는 독특한 저력을 다시 느꼈다.
   두개를 더 꼽았다면 들어갔을 파수꾼과 혜화 동 같은 작은 한국 영화들도 인상 깊었다.
   반면 호평이 많았던 아이 엠 러브나 드라이브 같은 건 잘 모르겠더라.

놓쳐서 아쉬운 영화
- 트리 오브 라이프?, 컨테이젼?, 미션 임파서블 4?
  그 전 해의 시나 토이스토리 같이 놓쳐서 너무너무 아쉬운 영화는 없었다.

올해 확실히 얼굴도장 찍은 배우 5명
- 탕 웨이, 캘리 멀리건, 엘르 패닝, 심은경, 이제훈
  세상에 미인들은 참 많구나.


작품을 챙겨보게 될 것 같은 영화인

- 아론 소킨
  소셜 네트워크와 머니볼 둘 다 이런 리드감으로 실화를 극적으로 다룬다는 게 신기하다.


2011년 본 극장 상영작 일람 (영화제 제외)

1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2 아이 엠 러브
3 환상의 그대
4 라푼젤
5 만추
6 혜화, 동
7 더 브레이브
8 블랙 스완
9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10 파수꾼
11 킹스 스피치
12 세상의 모든 계절
13 고백
14 무산일기
15 써니
16 슈퍼 에이트
17 소중한 날의 꿈
18 고양이
19 블라인드
20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21 카운트다운
22 커플즈
23 돼지의 왕
24 헬프
25 드라이브
26 머니볼
27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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